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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무팀
제   목 사장님 글 중에서 (노-트 유감) ....
내   용
노-트 유감

10층 식당가에서 저녁을 먹고 어슬렁 어슬렁 걸어서 전철타려고 지하1층
까지 내려온다. 퇴근시간이 지나서 인지 전철이 좀 한가 하다.
한정거장 다음인 대림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탄다.
2호선 보다 시간은 조금 더 걸려도 덜 붐비고 깨끗하며 무엇보다 집까지 걸어가는 것이 편하다.
나이가 들어서 인지 시간에 쫓기지 않고 느긋한 것이 좋다.
요즈음 며칠째 헬스 끝나고 저녁을 먹고 집에 간다. 즉 외식을 한다.
전에는 운동하면서 몇 번이나 시계를 쳐다보는지 모른다. 집에 8시 까지는
도착해서 저녁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취침 전 4시간 지키기가 힘들다.
헬스장 에서도 나는 시간 지키기로 유명하다
5시에 시작해서 6시10분이면 끝이다 어쩌다 5분, 10분 지체하면 회원들이
먼저알고 “회장님 가실시간 지났는데요. 한다. 나이도 제일 많고 최고참이라 (14년이나 됐으니까) 날보고 회장님 회장님하고 부른다.
6시10분에 목욕실 들어가면 탕 속에서 반신욕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비누칠하고 물 끼 얹고 번개같이 나와도 6시40분…….
헐레벌떡 서둘러야 8시 가까스로 도착한다. 그래도 취침전 4시간 지키기가 힘들다 헌데 요새는 아주 느긋하다 한 달에 몇 만원이면 요렇게 마음 편하고 좋은 것을.......마누라도 편하고?...........
6시10분이면 칼같이 끝내던 운동도 1-2십분 더 하고....
탕 속에서 반신욕도 느긋하게 하고........
시간의 구속을 받지 않으니 모든 것이 여유가 있고…….
시간에 쫓기며 사는 것이 인생살이 라지만 일부분 이긴 해도 시간의 구속에서 해방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오늘도 대림역에서 내려 7호선 환승하러 가는데 여느 때처럼 노점상 들이
늘어서 있고 에스컬레이트 내려가서 긴 복도에는 싸구려 악세사리. DVD.
심지어 오징어 완두콩 장수까지 늘어서 있는데 그래도 악세사리 좌판에는 몇몇 아낙네들이 뒤엉켜서 귀걸이 목걸이 고르느라 정신들이 없다.
그런데 오늘은 그 옆에 좌판이라고 해야 종이 박스 위에 노-트 몇 권 놓고 한 5십 중반이나 6십은 안돼 보이는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시름없이 처량한 얼굴로 옆 좌판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무심코 지나쳐 승강장 쪽으로 가며 문득 그 아주머니의 유난히 초췌하고 시름에 잠긴 듯 한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악세사리 같으면 몰라도 공책 몇 권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 끼니는 때우고 저렇게 서있나?
항상 이시간이면 나도 시장 끼가 도는 시간인데 오늘은 식후라 배도 든든한데 문득 그 아주머니 끼니나 때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하철막차 때까지 몇 권이나 팔까? 이런저런 생각하는 사이 승강장까지다 왔다.
차를 기다리며 “아니 나라도 팔아줘야 하지 않을까”“ 아니야 지나쳐 여기까지 왔는데 다음에 팔아 주지 뭐.” 내 머리 속에서는 갑자기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이때 터널 저쪽에서 전동차불빛이 보인다. 결론을 내릴 순간이다
“어찌할까? 그냥 갈까” 전동차는 점점 다가오고........
“아니야, 저녁도 먹었겠다. 시간도 있지 차는 또 오지 않나”…….
나도 모르게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었다.

“아줌마 이 노-트 얼마씩이요” “ 4천 원씩에 드릴게요.”
“두 권만 삽시다.” 하고는 만원지폐 한 장을 꺼내주며
거스름돈을 챙기는 아주머니보고
“아줌마 됐어요. 그냥 둬요” 했다
순간 아주머니가 정색을 하며 “아니 왜 그냥 돈을 받습니까? 대신 노-트 라도 가져가셔야 지요”. 하고는 한권을 한사코 더 준다.
순간 나는 “아차 실수했구나.” 하고는 얼른 돌아서서 승강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내 감정만 생각한 나머지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나 않았나?
급할수록 돌아가고 감정이 격할수록 하나에서 열까지 세고난후에 행동하라는 옛 격언이 떠올랐다. 생각은 좋았는데 진행은 미숙했다 이왕이면 상대의 입장에 서서도 생각을 해 볼 걸…….
70평생을 살고도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구나.
사람은 죽는 날까지 배워야 한다더니.......전철 안에서도, 걸어서 집에 오면서도, 웬지 마음이 가볍지가 않다…….
“얘들아 아빠 오늘 전철역에서 노-트 사가지고 왔다”
마음 한구석에 그 아주머니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2008. 9.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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